일상2015. 12. 7. 23:27

도서관에서 고개를 돌리다가 가방을 내리고 자리에 앉으려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에는 뇌 內 인물정보에 접근하지 못했다. 그러다 노트북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에야 김군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스쳤다. 삽시간에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고 온몸이 후끈거렸다. 한 20분 간 - 사실은 그 보다 더 짧은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 증상이 계속 되었다. 무엇이 그토록 창피한가, 창피해하는 것이 더 창피하지 않은가라고 생각하니 양 볼이 뜨거워 터질 지경이었다. 콧잔등, 콧볼, 인중, 겨드랑이, 가슴 골, 배에서 땀이 났다. 김군이 아닐 수도 있으니 고갤 돌려 확인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 김군이 맞다면 나의 존재를 확인당할 것 같아 그만 두었다. 얼굴을 오른손으로 가렸다. 몸도 오른쪽으로 기울였다. 자연스러워 보이고 싶었지만 어찌해도 부자연스러웠다. 결국 왼편의 창문으로 몸을 틀어 앉았다.


대체 왜? 설령 김군이라 쳐도, 같은 곳에 산다는 것 외에 김군이 나의 가족관계나 나의 생활에 대해 알 도리가 없을텐데 말이다.

① 김군에 대한 한 때의 상상을 들킬까봐 두려운 것이다.

② 명문대학 졸업 후 이 따위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들킬까봐 두려운 것이다.


두 이유 모두 타당하지 못하다. 


퇴실할 때 한 번 더 확인해볼까? 김군이 아니라면 괜한 곳에 에너지를 쏟고 초조해 했던 것 같아 억울한 한편, 다행이라고 여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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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Русалк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