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꿈2015. 12. 5. 11:38

일어나자마자 기록을 해야 정확하고 생생한 기록이 가능한데 그럴 수 없는 형편이라 아쉽다.

, I군, K군이 허름한 폐가 같은 곳에 함께 있다. 나는 I군을 좋아해 안달복달하고 있다. 이는 육체적으로도 마찬가지이다.

필시 얼마 전 우연히 사진을 보고는 궁금해 한 탓일 게다.

순진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I군이 어른스러워 신비로웠고, 쎄 보여 무서웠다. 짓궂은 말장난과 몸싸움, 공부와 관련된 라이벌 의식도 있었지만 가장 큰 감정은 호기심이었다.

I군은 야자시간 중 여자친구로부터 헤어지자는 문자를 받았다. I군은 얼굴이 시뻘게져 멍하니 있다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짝꿍인 나를 쳐다봤다. 양아치 같은 I군이 애처로워 보였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I군은 조언 혹은 위로를 청하는 말도 했었는데 정확히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생각해보면 I군의 감정은 고등학생 치고 꽤나 진실 되고 성숙한 감정이 아니었나 싶다. 의리있는 친구가 자취방을 빌려준 덕분에 여자친구와 섹스를 했다는 소문도 있었으니 소문이 사실이라면 깊은 감정이 있었겠지. 이 소문에는 지나치게 상세한 설명도 곁들여 있었다. 여자친구가 단짝에게 이렇게 말했단다. 'I군의 그것이 이만했는데 점점 커져 이만해졌다.' 이 때 포인트는 여자친구가 엄지와 검지를 붙여 작은 동그라미와 큰 동그라미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여자친구의 말과 손도 소문이니 진실은 알 수 없지만 나는 두 소문 모두 진실이라 여겼다. 아무튼 슬픔으로 며칠을 보내는 I군을 보며 나는 어떤 것을 느꼈다. 그것이 연민일까, 동정일까, 혹은 설렘일까 나름 심각했다. , 그러나 그 고민도 오래가지 못 했고 그걸로 그만이었다.

같은 대학에 진학한 I군과 1학년 때까지는 친한 척하는 관계를 유지했다. 나, I군, K군 셋이 술도 몇 번 마셨다. 하지만 여전히 I군이 어려웠다. 그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K군도 마찬가지 유형의 사람이었다.) 우습게도 한편으로는 가까워지고 싶었다. 적어도 그렇게 보이고 싶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그 날도 우리 셋은 술을 마셨고 K군은 시험 공부를 하기 위해 열람실로 돌아갔다. 나와 I군은 흥이 올라 술을 더 마시고 싶었다. 나의 자취방으로 가 술을 더 마셨다. 둘 다 거나하게 취해 잠이 왔다. I군을 바닥에서 재우려 하니, I군이 침대에서 자고 싶단다. "그럼 너가 바깥 쪽에서 자. 나는 벽 쪽에서 잘 거니까." 라고 말하고는 한 침대에서 잤다. 물론 아무 일도 없었다. 나는 그 때까지도 순진해서 무슨 일이 있었으면 하는 기대와 아무 일도 없었으면 하는 두려움을 동시에 품었다. 마음 속 깊은 곳에는 I군이 나를 여자로 보지 않으니 아무 일도 없을 거라는 순도 100%의 비참한 확신도 있었다. '우리는 한 침대에서 자도 아무 일 없어, 그 정도로 가까워'를 스스로에게 그리고 남들에게 보이고 싶기도 했다. 영락없는 애였다.

우리는 각자의 미래에 바빠 차차 멀어졌다. 군대에 가기 전 I군, J양과 함께 술을 마셨는데, 나는 묘한 소외감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I군과 J양 사이에는 고등학교 2학년 무렵부터 그 때까지 정리되지 않은 무언가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I군은 여자친구의 임신가능성에 대한 걱정과 책임감을 토로했다. 그리고 클럽 및 나이트에서 만난 여자들과의 잠자리로 인해 성병에 걸린 것, 그 성병을 여자친구에게 옮긴 것, 그런데 여자친구는 자신이 I군에게 그 성병을 옮긴 줄로만 알고 미안해했다는 것 등에 대해 떠들었다. '이제 보니 이거 허세덩어리구만!' 이라고 생각했다. 며칠 뒤 I군은 군대로 떠났고, J양으로부터 I군의 여자친구가 임신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마 그 후로는 I군을 만나지 않은 것 같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연락하지 않았다.

기억이 희미하여 꿈에 대한 기록은 짧고 비하인드 스토리가 난무했다. 게다가 K군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다는 걸 깨닫고, 또 다시 I군에 대한 나의 감정이 무엇인가 생각해봤지만 역시나 아무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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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Русалк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