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꿈2015. 12. 17. 13:52

몇 년 간 반복되는 꿈 몇 가지가 있다. 꽤 여러 레퍼토리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치아와 관련되어 있다.


아래턱이 쪼그라든다. 이 때 아래턱에 엄청난 압력을 느낀다. 아래턱이 쪼그라드니 당연히 공간이 부족해진다. 그러면 치아가 밀리다 결국 하나둘씩 빠지기 시작한다. 입에서 옥수수 알갱이가 쏟아지듯 치아가 우수수 쏟아져 나온다. 마치 토해내듯 쏟아져 나온다. 내 입 안에 이렇게 많은 이가 있었나 싶다. 흡사 이빨폭포 같다. 그것들을 손으로 받아낸다. 하나라도 바닥에 떨어뜨려 잃어버릴까봐 안절부절하면서. 하나도 빠짐 없이 치과로 들고 가면 다시 이를 심어줄 거라 생각한다. 입 안이 우글우글하다. 아직 뱉어내지 못한 치아들이 입 안 가득하기 때문이다. 어금니 표면, 치아의 뿌리 부분이 혀 끝으로 까끌하게 만져진다. 이미 엄청난 양의 이가 빠졌는데도 이대로 이가 몽땅 빠져버리면 어쩌나 걱정한다. 아직도 쪼그라들 공간이 남았나 싶은데 턱은 계속 쪼그라든다. 그 고통은 생생하고 사실적이어서 고통스러운 고통이라는 설명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특징적인 꿈이라 생각하는데 두 가지 특징이 더 있다.


하나는 항상 아래턱이 쪼그라든다는 것이다. 100% 아래턱이다. 때문에 빠지는 이도 아랫니인데, 가끔 윗니가 섞여있었던 것도 같다.


다른 하나는 이가 그렇게 우수수 떨어질 때, 엄마나 절친한 친구가 옆에 있다는 것이다. 뭐, 물론 대부분은 엄마이다. 친구가 등장한 것은 한 번뿐인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튼 그런 상황에서 나를 걱정하고 도와야하는, 그리고 그것이 현실이었다면 당연히 난리가 나 나의 턱을 붙잡고 병원으로 이끌고 가 줄 엄마가 희한하게도 꿈 속에서는 태연히 나를 바라보고만 있다. 울고 불며 이것 좀 보라며, 이거 어떡하냐며, 나 좀 제발 어떻게 해달라고 말해도 엄마는 말 없이 쳐다볼 뿐이다. 별 일 아니라는 듯 텅 빈 눈이다. 그러면 나는 '아, 별 일 아닌가? 너무 호들갑을 떨었나?' 생각하다, '아니다! 이건 분명 큰 일이다. 엄마에게 더 애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고통에 눈꼽만큼의 관심도 없고 공감하지도 못하는 엄마가 야속하다.


이런 꿈은 한 번으로도 충분히 괴로운데, 몇 년 간 반복된다. 하도 반복되니 어쩔 때는 꿈 속에서 '분명 이것은 꿈'이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안심시키려 한다. 그러나 꿈이 길어지면 '확실히 꿈인가?' 의심하게 되고 결국 엄마에게 애걸복걸한다.


이 꿈에서 깨어나면 턱을 만져본다. 거울을 본다. 그 고통이 아직도 남아있는 듯하다. 곧장 엄마에게 달려가 이 꿈에 대해 이야기하면 꿈 속에서처럼 심드렁한 반응을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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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Русалк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