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꿈2015. 12. 23. 09:39

이름 모를 학교 뒷산이다. 딱 한 명이 각개전투 자세로 지나갈만한 크기의 흙 터널이 있다. 더러운 흙탕물이 터널을 따라 고여있다. 그 안에서 소리가 들린다. 도움이 필요한 것만 같다. 얭은 망설이 없이 흙탕물에 몸을 눕힌다. 그 터널을 따라 들어가려 한다. 나는 용감한 얭이 제발 용감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얭은 그저 들어간다. 얭이 걱정되기 때문에, 그리고 얭처럼 되고 싶기 때문에 나도 흙탕물 위에 눕는다. 물이 차다. 어둡긴 하지만 대체 누가 설치한 것인지 노란 불빛이 있다.


터널 끝에는 나름의 세계가 있다. 터널 밖 세계와 동일하다. 다만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듯 모두가 몸을 사리며 지낸다. 그곳에는 헌트가 있다. 오, 나는 헌트랑 깊은 관계인가 보다. 짙은 안도가 베인 포옹과 키스를 나눈다. 헌트는 얭과 함께여야 하는데. 그는 이미 그곳 생활에 익숙하고, 그곳 사람들과 가깝다.


헌트는 터널 속 세계의 수호자 같다. 헌트가 말하길 여기 사람들은 어떤 것 때문에 안정된 삶을 누리지 못하는 불쌍한 사람들이라 한다. 또 여기 사람들은 원숭이에서 인간으로 직접 진화한 사람들이며, 지금도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그 말을 듣는데 파노라마처럼 이 장면이 눈 앞에 펼쳐진다. 암컷 원숭이가 새끼 셋을 데리고 무엇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알몸의 어머니가 알몸의 자식 셋을 안고 걸어나온다. 어머니는 동남아시아인의 피부색을 가졌다. 어머니는 뚱뚱하고 가슴이 크다.


헌트를 따라가니 학교가 있다. 한 교실에 들어간다. 책상이 시험 대형으로 배치되어 있다. 초등학생쯤 돼 보이는 아이들은 키가 작고, 목이 짧고, 팔이 짧고, 다리가 짧다. 머리가 크고, 얼굴이 크고, 눈이 크고, 코가 크고, 입이 크다. 뺨이 뚱뚱하고, 콧볼이 뚱뚱하고, 입술이 뚱뚱하고, 손이 뚱뚱하고, 발이 뚱뚱하다. 소름끼치는 기괴함을 풍긴다. 말단비대증에 걸린 사람들의 수용소가 있다면 그곳이다.


이방인인 나의 등장으로 인해 교실은 떠들썩하다. 나를 소개하려고 교실 앞 교탁에 선다. 그 때 교실 뒷문 쪽 맨 뒷자리에 앉은 아이가 신이 나 반 아이들에 대해 떠들기 시작한다. 자신의 바로 앞자리에 앉은 친구를 가리키며 "얘는 코가 돼지 코 같아요"라고 말한다. 살짝 보니 정말 돼지 코이다. 아이가 말을 이어가는데 이내 목소리가 작아진다. 다른 아이들이 "야!", "너 그런 말 하면 어떡하냐고!" 고함을 친다. 이어 비상세태에 돌입한 듯 분주히 창문을 단속한다. 그 말을 한 아이와 그 말의 대상이 된 아이만 멍하니 앉아있다. 무슨 일이냐 물었더니, 여기서는 '돼지 코'라는 말을 하면 즉시 무엇이 쫓아와 '돼지 코'라 불린 대상을 돼지 먹듯 먹어버린단다. 아니나 다를까, 크고 육중한 것이 온갖 물건을 부수며 쿵쾅쿵쾅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복도 창문을 힐끗 보니 멧돼지랄까 호랑이랄까, 검고 우글우글한 몸통과 째진 눈을 노랗게 빛내는 것이 이 교실을 들어오려 지랄발광을 하고 있다. 덜덜 떨며 어찌할 바를 모르는 나를 헌트가 등 뒤에서 감싸고 그 자세로 앞문을 잠근다. 헌트의 품 안에서 약간의 안정을 느낀다. 그리고 밖에서 열지 못하도록 함께 앞문을 꽉 누른다. 복도에 있던 아이들이 살려달라며 앞문을 두드린다. 그 아이들 때문에 문을 열면, 그 새 그것이 들어올 것 같아 정말로 내키지 않는다. 헌트는 아주 잠깐이면 된다고 말하곤, 문을 살짝 열어 아이들을 들인다. 헌트는 다시 문을 잠그고 꽉 누른다. 덜컹덜컹, 문이 터질 것만 같다.


기어코 그것이 뒷문으로 들어온다. 그것은 돼지 코를 가진 아이의 머리를 목에서 뜯어낸다. 머리를 교실 바닥에 내린다. 주둥이를 머리 속으로 넣어 뇌, 눈 같은 물렁한 것들만 빼먹는다. 질척거리는 소리, 후루룩 하는 소리, 컹컹하는 소리만이 들린다. 모두가 숨 죽인채 그 장면을 바라본다. 식사를 마친 뒤 그것이 떠났고, 머리는 교실 바닥에 있다. 얼굴의 골격은 유지하고 있으나 눈알이 없고 겉에는 반투명의 막이 씌워있다. 그 옆에는 얼굴 주인의 피 묻은 몸이 의자에 앉아 있다.


이런 일을 겪어왔고, 또 겪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헌트는 그곳에 남으려 했다. 원숭이인 자들이 인간이 될 수 있도록 도우려는 것 같았다. 의료가 필요한 이들을 도우려는 것도 같았다. 그를 잃을까 너무도 두려운 나는 정확한 이유를 물을 수 없었다. 얭도 남으려 했는데 그녀의 이유는 묻지 않아도 확실히 의료였다.


무언가를 한참 하던 중 엄마가 깨워 꿈이 깨졌다. 꿈의 결말을 알고 싶다. 잊은 장면들도 되살리고 싶다. 기억하는 모든 장면이라도 사진으로 인화할 수 있다면 좋겠다.


불현듯 이상하게 여겨지는 것이 있다. 분명 나와 교실의 아이들은 한국어로 대화했다.

그렇다면 나와 얭, 헌트는 무엇으로 대화했는가?

① 한국어   ② 영어   ③ 나는 한국어, 얭과 헌트는 영어

그렇다면 헌트와 교실의 아이들은 무엇으로 대화했는가?

① 한국어   ② 영어



* 참고


① 그 교실의 아이들과 비슷한 생김새이다. 물론 더 어렸다.



② 반투명의 막이 씌인 얼굴이다꿈 속에서 본 것은 오른쪽 사진과 같은 것이다.

중학교 "도덕" 시간에 본 "Jeepers CreepersⅡ"의 장면이다. 당시 도덕 선생님은 참 좋은 분이었는데, 이 영화 보는 것을 허락하며 칠판에 이렇게 적으셨다.

"나를 이기는 방법"

아무튼 이 사진은 크리퍼가 손상된 원래의 머리를 떼고 한 학생의 머리를 장착하는 장면이다. 머리를 위에서 아래로 끼는 것이 아니라 배 속에서 목으로 끌어올려 고정시켰던 것 같다. 올라온 머리는, 내 기억이 맞다면 태반과 비슷한 반투명의 망막을 쓰고 있었다.



③ 그것과 비슷한 생김새이다. 원령공주의 재앙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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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Русалк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