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꿈2016. 1. 13. 16:10

엘레베이터 안이다. 엘레베이터의 사방은 유리라 엘레베이터의 내부에서도 엘레베이터의 외부인 건물의 내부를 볼 수 있다. 건물의 사방은 유리라 건물의 내부에서도 건물의 외부인 도로와 나무와 잔디의 외부를 볼 수 있다. 건물은 건물 그 자체를 위해 존재하는 듯 사람도 가구도 그 어떤 시설도 없이 있다. 깨끗하고 고요하고 차다. 나는 몇 층으로 가야할지 도무지 모른다. 딱히 어떤 층을 누르지 않았지만, 엘레베이터는 위로 가서 !하고 문을 열고 문을 닫고 아래로 가서 팅!하고 문을 열고 문을 닫고 아래로 가서 팅!하고 문을 열고 문을 닫고 위로 가서 팅!하고 문을 열고 문을 닫곤 한다. 나는 그저 숫자판을 멀뚱히 올려다보고 서 있다 팅!하고 문이 열리면 밖을 살핀다. 손으로 엘레베이터 내부를 잡고 몸통 일부를 빼꼼 엘레베이터 외부로 내밀어 눈알을 슥 굴린다. 아무 것도 없음을 확인하고 몸을 완전히 엘레베이터 내부로 넣는다. 문이 닫히면 다시 숫자판을 멀뚱히 올려다보고 서선 팅!하고 문이 열리길 기다린다. 무섭지는 않다. 다만,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느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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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Русалк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