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꿈2016. 1. 13. 09:18

두 남자와 함께 걷는다.

어떤 건물의 화장실로 향한다. 별도의 공간으로서의 화장실이 아닌, 칸만 두 개 덩그러니 있는 화장실이다. 푸세식처럼 쪼그려 앉아 사용하는 수세식이다. 변기가 설치된 바닥은 매우 높은 반면, 칸막이는 매우 낮다. 몸을 낮춰도 칸막이 너머로 옆 칸이 보인다. 칸과 칸막이는 낡은 상가에 으레 설치되어 있는 구린 연두색류의 것들이다. 바닥은 검은색과 흰색의 사각형 타일을 마구잡이로 붙인 것이었는데 곳곳에 때가 끼고 물기가 있어 더럽다.

두 남자 중 한 명이 한 칸에, 내가 다른 한 칸에 들어간다. 다른 한 명은 두 칸 모두 사용 중임을 알리기 위해 문 밖에 서 있다. 나는 옆 칸 남자에게 옆을 보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지금 생각하니 초조함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남자와 동시에 들어간 이유를 모르겠다. 아무튼 남자는 벽을 보고 서서, 나는 문을 보고 앉아서 볼 일을 본다. 남자가 나를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느낌으로 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변기가 설치된 바닥이 매우 높다고 하지 않았는가? 덕분에 나의 얼굴 상부가 문 위로 삐져 나온다. 문 밖은 고급 레스토랑이다. 바닥엔 붉은 카펫이, 벽의 절반 아래로는 붉은 벨벳이, 벽의 절반 위로는 검은 벨벳이, 벽의 절반 경계에는 황금 장식이, 벽의 곳곳엔 유화가 걸려 있다. 원형의 테이블은 흰 천, 흰 초, 붉은 꽃, 초록 풀로 장식되어 있다. 가장 구석의 2인용 테이블에 대여섯살 쯤 된 남자 아이와 그 아이의 엄마가 앉아 있다. 문 위로 삐져 나온 나의 눈과 남자 아이와 눈이 마주친다. 그 애는 검지 손가락으로 나를 가르키며 "저기 사람이 보여!"라고 말한다. 그 애의 엄마는 나를 재빠르게 힐끔 보더니 흰 냅킨으로 입 주변을 닦으며, "얘야, 그럴 땐 못 본 척 하는거야."라고 말한다.

'그래도 눈 위로만 보여서 다행이야. 내가 오줌 싸는 거까지 다 보였으면 어쩔 뻔 했어.'


억압의 상황이라는 게 느껴진다. 넓은 교실에 여러 사람과 함께 있다. 바닥과 교탁은 나무로 만들어진 것인데, 둘 다 때를 먹을대로 먹었다. 일부 사람들과 나는 교탁에 팔꿈치를 올리고 상체를 기댄 자세로 서 있다. 옆에는 이소라가 있다. 검은 옷과 오렌지 머리칼, 그리고 허여멀건한 얼굴 및 목덜미 - 숏컷이라 목덜미가 훤히 드러난다 - 의 대비가 아름답다. '이제 그만'을 부른다. 그 소리가 아름답다. '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랜데.' 눈물이 줄줄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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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Русалк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