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하는 두 명의 김**, 김** 여자와 함께다. 그 둘을 싫어하면서도 그 둘과 함께 다니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비굴한 저자세와 굴욕적인 친한 척, 그것이 내게 필요하다. 거리에서도, 에스컬레이터에서도 그 둘의 뒤에서 그 둘을 종종걸음으로 졸졸 쫓아간다.
그 둘은 지하철 역 안 무빙워크 근처까지 빠르게 걸어간다. 거기서 낯선 남자로부터 작은 지퍼락을 받는다. 투명한 지퍼락에 흙처럼 생긴 무엇과 옥수수 알 크기의 검붉은 알갱이가 담겨있다.
'아, 마약이구나.'
어찌된 영문인지 나는 본 적도 없는 그것이 마약임을 알고 있다.
그 둘은 그것을 나에게 건네며 킬킬댄다.
"야, 니 가방에 좀 넣어줘라."
그 둘의 표정은 딱 이것이다.
'이걸 우리가 갖고 있다가 걸리면 우리가 죽는다. 그러니 너가 갖고 있다가 걸리면 너 혼자 죽어라.'
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그들의 얼굴과 몸에서 느껴지는 무언의 위력이 날 꼼작 못하게 한다. 결국 그것을 받아 가방에 넣고 또 다시 그 둘의 뒤를 짤짤대며 쫓아간다.
대형 강의실이다. 빨간 영화관 의자가 놓인 강당이다. 학생들이 저마다의 친구들과 자리를 잡느라 웅성댄다. 나는 그 둘과 나란히 앉는다.
'아, 푹신하다. 이제야 좀 살 거 같아.'
'대형 강의니까 소지품 검사는 하지 않겠지? 다행이다.'
이윽고 남교수가 들어와 마이크를 들고 강의를 시작한다. 한참 강의를 하다가 갑자기
"어이, 거기 셋. 가방 좀 보자."
'하, 어떡하지? 걸렸구나. 부모님한테는 뭐라고 하지? 아, 망했다. 어떡해, 어떡해.'
심장이 조여온다. 얼굴이 터질듯 붉게 타오른다.
여조교가 이쪽으로 걸어오더니 나의 가방을 첫 번째로 연다. 그 작은 지퍼락이 다른 큰 책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다행이다. 이대로 끝나라, 이대로 끝나라, 이대로 끝나라.'
나는 눈알을 옆으로 굴려 김**과 김**를 살핀다. 그 둘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여유로운 미소까지 보인다.
'만약 걸리면 나 혼자 뒤집어 써야 하는걸까? 그러긴 정말 싫다. 저 둘이 한 짓이라고 말해야 하는데, 말 할 수 있을까?'
여조교는 나의 가방 속 작은 주머니들과 파우치들까지 꼼꼼히 뒤진다. 완벽히 뒤졌다고 생각했는지, 옆 가방으로 손을 뻗는다.
'휴, 끝났다.'
여조교가 나의 찰나의 표정을 알아챈다. 내 가방에 다시 손을 뻗는다. 아까 그 큰 책을 옆으로 치운다. 작은 지퍼락이 있다. 여조교는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내 어깨를 잡아 올린다.
"셋 다 일어나."
"이거 마약이지? 어?, 이거 마약이야."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온 몸이 저려온다.
'근데 왜 셋이지? 내가 이런 일을 하지 않을 애란 걸, 하지 못할 애란 걸 알고 있는걸까? 그래, 그런 걸거야.'
'다행이다, 나 혼자 뒤집어 쓰면 벌을 더 크게 받았을텐데.'
'내가 저 둘을 고자질 한 게 아니니까, 저 둘도 나한테 뭐라 하진 않겠지?'
라는 마지막 생각이 스친 순간, 옆에 둘의 눈치를 본다. 둘의 눈인지 입인지가 이렇게 말을 한다.
"니년이 표정 관리를 잘못해서 우리까지 같이 걸렸잖아."
여조교는 작은 지퍼락에서 흙처럼 생긴 무엇을 한 줌, 그리고 옥수수 알 크기의 검붉은 알갱이 한 개를 꺼낸다. 그리곤 나에게 그것을 먹어보라 한다. 내가 망설이자 여조교는 그것을 내 입에 쑤셔넣는다. 공포심에 눈물을 흘리며 그것을 씹는다. 아무 맛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 효과도 나지 않는다.
'아니, 이거 아무 것도 아니잖아. 이걸 왜 마약이라고 정해서 이렇게 모두가 난리를 치는 거지?'
마약이 아닌 것을 마약으로 분류해둔 것이 억울하다. 게다가 나는 저 둘 때문에 강제로 운반 한 건데!
나와 그 둘은 손목이 묶인 채, 누군가를 따라 줄 지어 걷는다. 양 옆으론 남색 철문 방이 있고 복도는 콘크리트 바닥이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뿌연 먼지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