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꿈2016. 1. 2. 11:57

엄마와 함께 감자탕 집이다. 맛집답게 바글바글하다. 우리 둘은 식탁의 한 쪽에 나란히 앉아 벽에 등을 기댄다. 메뉴판을 보는데 뭘 골라야 할지 몰라 일단 아줌마를 부른다.


"여기서 이거랑 이거랑 뭐가 달라요?"

"그게 그거죠 뭐. 감자탕이 감자탕이지 뭐 있어요?"


퉁명스럽긴 하지만 그러면서도 차이를 설명하는 게 보통의 경우이니, 이 때까지 나는 별 불만이 없다. 그러나 그 아줌마는 아무 말 없이 한 손에는 모나미 검정 볼펜을, 다른 한 손에는 빌지를 들고 서 있기만 한다. 다시 묻는다, 웃으며.


"그래도 무슨 차이가 있으니까 메뉴가 다른 거 아니에요?"

"감자탕에 고기랑 우거지 들어갔으면 다 똑같지. 뭐 있어요?"


비웃는 표정이다. 다시 묻는다, 상냥하게.


"이거랑 이거랑 똑같으면 메뉴가 한 가지겠죠. 아줌마 말대로 고기랑 우거지는 공통이더라도, 감자나 다른 양념에서 차이가 있으니까 다른 메뉴로 나온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다 거기서 거기라 똑같다고요~"


시선을 천장에 두고 빈정거린다. 다시 묻는다, 쌍욕으로.


"아니 근데 이 아줌마가 돌았나. 씨발. 나랑 장난해? 어? 원래 일 이따위로 해요? 존나 짜증나네 진짜, 아오."


깍뚜기 국물이 계속 눈에 띈다. 큰 고춧가루 건더기가 둥둥 떠다니는 깍뚜기 국물이다.


"다른 아줌마 없어요?"


다른 아줌마가 온다. 친절한 아줌마긴 하지만, 답답한 아줌마인 듯 하다. 이 상황을 이해조차 하지 못하는 눈치다.


분통이 터져서 지랄을 하는데, 옆에 앉은 엄마가 어휴, 또 시작이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가로 젓는다. 그리고는 됐다고, 제발 그만하란다. 나는 그럴 수가 없다. 주방 앞으로 가 주인 누구냐, 주인 나와라, 씨발 가게 서비스가 왜 이 모양이냐, 직원 교육을 어떻게 시키냐고 고레고레 외친다. 감자탕 집 주인인 주방장이 급히 나와 사과한다.


누가 뒤집어 엎은 건지 가게 중앙의 테이블과 의자가 쓰러져 공간이 생겨 있다. 그 공간을 중심으로 다른 사람들이 비잉 둘러 서서 나를 구경하며 수군거린다. 그러고보니 첫 번째 아줌마의 머리칼을 쥐어잡아 흔들고, 뺨을 몇 대 시원하게 갈긴 것도 같다.


'누가 인터넷에 올리거나, 경찰에 신고하면 망신 당하겠다.'


"나도 처음엔 좋게 말했어요, 사장님. 그런데 저 여자가 자꾸 말을 그 따위로 하잖아요. 다 거기서 거기니까 아무거나 쳐먹으라는 식으로 말하는데 사장님 같으면 화 안 나겠어요?"


주방장과 카운터의 여자가 연거푸 죄송하다는데, 됐어요라고 말하며 엄마를 끌고 나온다.




정한O이다. 우연히 만나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오랜만인데도 어색함이 없이 산뜻하고 상쾌하다. 정한O도 그랬는지, 다시 만나자며 약속을 잡는다.


곧 다시 만난다. 함께하는 시간이 가볍다. 시덥잖은 장난도 치고, 감자탕 집에서 있었던 일로 툴툴대기도 한다. 정한O은 말없이 미소지으며 그저 날 안는다. 다른 남자들과는 전혀 다른 손짓과 몸짓으로 이루어진 포옹이다. 나를 실제로 안정시킨 유일한 포옹이다. 그와 닿는 게 행복하여 영원히 그렇게 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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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Русалк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