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2017. 7. 20. 00:37

Chapter 4 반항과 독립 사이


(...) 하지만 내게는 실제로 집을 나갈 용기는 없었다. 부모에게 속박당하는 인생을 한탄하면서도 그곳에서 빠져나갈 수 없는 운명이라고 단정 지었던 것이다. (...)


"우리 엄마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간섭이 심해서 이건 안 돼, 저것도 안 돼, 이래라저래라 잔소리가 끝이 없었어. 아버지는 지나칠 정도로 간섭하는 엄마를 말려주시지도 않으셨고. 지금 생각하면 엄마는 나를 손이 가지 않는 반려견 같은 존재로 키우고 싶었던가 봐. 결국 나는 엄마의 애정이라는 필터를 거친 정신적인 학대에 줄곧 노출되어 있었던 거야." (...)




착한 딸을 위한 상담실 4 작은 반항으로 엄마와의 거리를 조정하라


(...) 엄마에게 몸과 마음이 묶인 채로 살기 힘들어지면 딸은 그 반작용으로 엄마와 관계를 끊으려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엄마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관계를 완전히 끊는 것만이 정답은 아닙니다. (...) 절연은 육체적인 폭력을 동반하는 부모 자식이나 부부관계에서 도망치는 데는 유효한 수단이지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부모자식의 인연을 중요시 하는 동양 문화권에서 엄마와 딸이 완전히 인연을 끊기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부모가 병에 걸리거나 수술을 받게 되면 반드시 자식에게 연락이 오고 아버지가 먼저 세상을 떠나 어머니 혼자 남게 되면 책임감은 더욱 커집니다. (...)


엄마에게 속박되어 반발심을 느끼는 딸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엄마를 멀리 경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 반대입니다. 엄마의 기분을 살펴 행동을 미리 예측하려다보니 신경이 온통 엄마에게로 쏠립니다. 엄마의 입장에서는 딸이 항상 자신을 생각해 주기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입니다.


사실 엄마는 딸의 무관심을 가장 두려워합니다. 딸의 관심을 감지하는 엄마의 센서는 동물적이라고 할 만큼 정확해서 불안이나 분노, 숨기고 있는 일 같은 딸의 감정과 상황을 희한하게 잘 꿰뚫어봅니다. 딸의 사소한 행동이나 표정 하나로도 알아차릴 정도입니다. 딸의 입장에서 엄마의 이런 태도는 자신의 울타리 안으로 아무 때나 쑥 들어와 헤집고 지나가는 그런 느낌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애초에 엄마에게는 딸에게 울타리가 있다는 인식조차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애지중지하며 키운 딸은 곧 자기 자신이고, 딸의 영역은 자신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설명해도 그 기본은 변하지 않습니다. (...)

딸은 자신을 엄마에게 종속된 사람이 아닌 독립된 인간으로 인식합니다. 자신과 엄마의 영역이 다르므로 경계를 지켜주길 바라게 됩니다.

결국 엄마와 딸 사이에는 양립할 수 없는 사고가 충돌합니다. 이는 단순히 기분이나 감정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본적인 사고관의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딸은 엄마가 인식하는 방식에 따라 살아온 세월이 길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순종해야 엄마와 충돌하지 않고 모든 일이 원만하게 지나간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의견을 주장하지 않고 참아왔습니다. 하지만 그때 양보하면 엄마는 한층 더 거침없이 밀고 들어오게 됩니다. (...)


엄마에게 속박을 당해온 사람에게 처음으로 "아니요"라고 대답하는 일은 큰 모험입니다. 말하자마자 죄책감에 시달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엄마와의 거리를 다시 조정하고 싶다면 작은 일에서부터 "아니요"를 반복해 자신의 울타리에 경계선을 확실히 그어야 합니다. 물론 그렇게 하면 당장은 엄마가 더욱 심하게 침입하거나 공격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살날이 그리 길지 않다"거나 "얼마 전에 넘어져서 다쳤다"거나 "심장 부정맥이 낫질 않는다"고 하면서 눈물 작전이나 꾀병 작전으로 나올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엄마의 작전에 동요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경계를 늦추지 말고 벽을 단단히 구축해나가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엄마는 딸을 포기하려 하지 않습니다. 엄마들은 '딸이 틀렸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가 꺾일 리도 없습니다. 자신이 정의라고 믿고 자신만만한 태도로 '언제부터 그렇게 변했니?', '어떻게 엄마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지?' 하면서 경계의 벽을 무너뜨리려 들 것입니다. 하지만 딸은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영역을 지켜야만 합니다. 자신의 울타리를 지키는 방법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1. 대화를 리드하는 습관을 들인다

엄마에게 논리는 통하지 않습니다. 논리를 정확히 전달하려고 해도 소용 없습니다.  (...)

단호하게 말해야 합니다. 굳이 엄마에게 양해를 구하고 나서 행동할 필요는 없습니다. 뭐든지 엄마를 설득해서 동의를 얻은 후에 결정하는 딸도 많지만 그렇게 하다가는 결국 논리가 통하지 않는 엄마의 뜻대로 흘러가게 되고 자신은 계속해서 지치게 됩니다. 엄마가 동의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버리십시오. "내 생각은 이러니까 이렇게 하고 싶어요" 하고 딱 부러지게 말하는 것은 조금도 잘못된 행동이 아닙니다. 10대라면 모를까 자신이 판단해서 결정하는 데 엄마가 동의할 필요는 없습니다.


2. 깍듯한 말투를 사용한다

(...) 남한테 하듯 깍듯한 말투를 사용하면 거리감이 생깁니다. 엄마고 뭐라고 반응하든지간에 감정적으로 나서지 말고 될 수 있는 한 깍듯한 말투로 대응하세요. 그렇게 해야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더라도 최소한의 거리를 둘 수 있습니다. (...)

Posted by Русалк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