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2017. 7. 20. 00:14

들어가는 말


엄마라는 울타리를 처음으로 뛰어넘는 당신에게


자식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모 중에서도 가장 지치고 힘겨운 상대는 딸을 구속하려는 엄마입니다. 엄마는 성별이 같은 딸을 언제까지나 자신의 손아귀에 두고 싶어 합니다. 아들에게는 비교적 관대하면서도 딸의 일은 일거수일투족 감시하고 참견하는 엄마가 많습니다.

그러한 엄마 밑에서 늘 '착한 아이'로 성장한 딸은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되는 엄마의 온갖 제재에 힘들어합니다. (...)




Chapter 1 변화의 시작


(...) 만나기로 한 사람은 엄마다. 고향에 사는 엄마는 딸의 얼굴을 보려고 한 달에 한 번 도쿄에 온다. 대학 때부터 도쿄에서 혼자 사는 나는 엄마와의 만남이 이루 말할 수 없이 괴롭다. (...)


엄마에게 딸은 적당히 똑똑하면서 엄마 말을 잘 듣는 애완동물 같은 존재가 딱 좋은 모양이다. 엄마 친구나 주변 사람의 자녀보다 우수하길 바라면서도 내심 자신의 영향이 미치는 울타리에서 내보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


함께 살던 시절의 이야기가 나오기만 하면 엄마는 항상 "그때에 비하면 넌 정말 많이 변했어" 하고 한탄했다. 과거의 나는 그저 엄마를 슬프게 하지 않으려고 공부와 취미 활동을 열심히 하고, (...) 가능하다면 기억조차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나에겐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엄마에게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미화되어 옛날의 나는 실제 이상의 '착한 딸'로 추억 속에 살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툭하면 과거의 내 말과 행동을 들먹이면서 현재의 나를 나무란다.


"내가 커서 아기를 낳으면 꼭 우리 엄마 같은 엄마가 될 거야."

"엄마를 빨리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우등생이었떤 과거의 나는 그런 말로 어른들을 기쁘게 했다. 하지만 그 말이 미래의 나를 괴롭히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제 와서 바꿀 수도 없는 과거의 자신과 비교당하는 일은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


엄마는 대놓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정말 너는 내 품을 벗어나고 많이 변했어. (...) 내가 창피해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어."


변했다고? 그래, 나는 변했는지도 모른다.

엄마와 떨어져 살면서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깨달았고 스트레스 없이 사는 쪽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그런 내가 엄마에게는 그렇게까지 '창피한' 존재일까. 엄마는 내가 살아가는 방식을 이해하려고 들지 않는다. 그러면서 부모님 눈치만 살피면서 살았던 어린 시절의 나를 진짜 내 모습이라고 믿고 있었다.




착한 딸을 위한 상담실 1 간섭이나 헌신을 애정과 헷갈리지 마라


(...) 간섭이나 구속의 형태도 다양해서 정신적인 학대와 언어폭력을 서슴지 않는 엄마가 있는가 하면 '친구 같은 모녀'를 내세우며 무엇 하나 숨기지 않는 관계를 자식에게 강요함으로써 자립심을 빼앗는 엄마도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부모 자식 간의 갈등으로 괴로워하는 사람은 아들보다 딸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 엄마가 자신과 동성同性이냐 이성異性이냐에 따라 괴로움의 형태는 크게 달라집니다. (...)


딸은 엄마에게 자신이 싫어하는 일을 강요받으면서도 그것을 애정으로 받아들여 엄마를 의심하지 않습니다. 엄마가 "널 위해서 이렇게 하는 거야" 하고 끊임없이 속삭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조금이라도 엄마의 뜻을 거스르는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되면 '엄마의 행동을 싫어하는 나는 나쁜 딸이야'라는 죄책감을 갖게 됩니다. (...)


성인이 된 딸은 비로소 자기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식을 찾으려 애를 씁니다. 그 방식이 엄마의 뜻과 같을 수는 없습니다. 딸은 엄마에게서 벗어나려고 하면서 그동안 엄마가 자신을 구속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엄마의 바람과 자신의 욕구 사이에서 갈등하게 됩니다.


'엄마는 절대적인 존재'라는 인식이 머릿속에 박힌 딸은 어른이 되어서도 엄마에게 '아니요'라고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하지 못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예전의 모습이 진짜고 자신의 품을 떠나려는 딸을 어딘가 불안정한 상태라고 믿는 엄마를 보며 한층 괴로워집니다. (...)

Posted by Русалк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