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2017. 7. 20. 00:32

Chapter 2 끝없이 이어지는 싸움


(...) 고등학생 때는 하굣길에 내가 남학생이랑 같이 걸어오기만 해도 눈살을 찌푸리더니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자 갑자기 남자는 언제 만나는지, 결혼은 언제 할 건지 꼬치꼬치 캐물으며 성화를 해댔으니 말이다. 엄마는 언제나 남들의 말과 상식을 좋을 대로 교묘히 바꿔가면서 자신의 의견을 내게 강요했다. (...)




착한 딸을 위한 상담실 2 엄마를 설득하지 말고 단호하게 말해라


(...) 루이처럼 엄마에게 자신의 상황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일은 쓸데없는 시도일지도 모릅니다. 엄마를 이해시키기는커녕 야단을 맞거나 말꼬리를 잡혀 오해받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딸은 이론을 내세울 필요가 없습니다. 그보다는 엄마의 간섭에서 자신을 지키는 벽을 쌓아올려야 합니다. '착한 아이'인 딸은 엄마가 기대하는 행복을 실현시켜드리지 못했다는 미안한 마음을 떨쳐내지 못해 엄마와의 적정 거리를 놓치기 일쑤입니다. 엄마에게 억지스러운 말을 들으면 할 수 없거나 무리한 일이라고 확실하게 딱 잘라 말하여 선을 그어야 합니다. 타협점을 제시하거나 미안한 마음을 품지 않아도 되며, 엄마의 바람에 응할 수 없다는 사실에 부연 설명이나 이론을 내세울 필요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분명하게 거절 의사를 전하되 정서적인 동요를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엄마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 "미안하지만 그렇게는 힘들 것 같아" 라든지 "천천히 생각해볼게" 하고 말끝을 흐리면 이야기는 계속해서 끝나지 않습니다. 엄마는 딸이 말끝을 흐리면 마음이 흔들렸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생각을 바꾸도록 밀어붙입니다. (...)


엄마는 딸이 괴로워할 만큼 상처받지 않습니다. 지금껏 엄마가 했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아빠에게는(혹은 아들에게는)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어. 네 아빤(그 애는) 그런 사람이야."

이렇게 엄마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고 판단한 사람에게는 일찌감치 깨끗이 물러납니다. 그런데 딸에 대해서만큼은 '내가 강하게 말하면 들을 거야. 언제나 말 잘 듣는 착한 딸이었으니까' 하고 안이하게 생각하곤 합니다. (...) 싸움을 피하려고 적당히 타협하면서 대화를 이어가려고 하면 끝까지 엄마와의 적정 거리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Posted by Русалк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