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행복론 - 삶의 지혜를 위한 아포리즘
제5장 훈화와 격언
2. 우리 자신에 관한 우리의 태도
9) 사회란 범위가 넓을수록 무미건조해진다. 인간은 혼자 있을 때만 온전히 그 자신일 수 있다. 그러므로 고독을 사랑하지 않는 자는 자유도 사랑하지 않는 자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혼자 있을 때만 자유롭기 때문이다. 강요는 모든 사회에서 뗄 수 없이 붙어 다닌다. 모든 사회는 희생을 요구하는데 자신의 개성이 강할수록 희생이 커진다. (...) 고독한 상황에 있을 때 가련한 인간은 자신의 가련함을 느끼고,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는 자신의 위대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요컨대 각자는 자기 본연의 모습을 느끼는 것이다.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들이 사회를 싫어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의 능력, 즉 (사회적인) 업적이 같지 않은데도 권리의 평등, 즉 요구의 평등이 실현되기 때문이다.
소위 상류사회에서는 온갖 종류의 장점을 인정하지만, 정신적인 장점만은 인정하지 않는다. 이러한 정신적 장점은 심지어 금지 품목이다. 상류 사회에서는 모든 어리석은 일, 바보 같은 짓, 불합리한 일, 멍청한 행위에 대해 한없는 참을성을 보일 의무가 있다. 반면에 인격적으로 탁월한 자는 용서를 빌어야 하거나 숨어서 지내야 한다. 정신적 우월함은 특별히 자신의 의지를 전혀 내세우지 않더라도 단순히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 오히려 그런 사회는 남들과 융화하라며 우리에게 움츠러들거나 심지어 볼품없게 되기를 요구하기도 한다. 재기 있는 말과 착상은 재기 있는 사회에서만 용납되고, 평범한 사회에서는 곧바로 미움을 받는다. 이러한 평범한 사회에서 사람들의 마음에 들려면 천박하고 고루할 필요가 있다. 그 때문에 우리는 그런 사회에서 남들과 비슷해지기 위해 심한 자기 부정을 하고, 자기 자신의 4분의 3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하면 우리는 물론 다른 사람들의 환영을 받는다.
자신의 가치가 많은 사람일수록 이익이 손실을 메우지 못해서, 결국 거래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끝난다고 생각할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대체로 지불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교제에서 무료함과 고충, 언짢은 일, 그리고 뛰어난 사람이 자신에게 부과하는 자기 부정에 대해 보상할 만한 아무것도 지니고 있지 않다. 대부분의 사회는 그런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사회를 버리고 고독을 택하는 것이 수지맞는 거래다.
"예의범절이 모습을 드러내면 건전한 상식은 물러나 버린다."
인간은 원래 자기 자신과만 완전히 융화할 수 있다.
내적인 가치와 풍부함을 지닌 사람은 나름대로 상당한 만족감을 누리기 때문에 남들과 공동 관계를 맺기 위해 그에 필요한 중대한 희생을 굳이 치르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하물며 명백히 자기 부정을 하며 공동 관계를 추구할 리 만무하다. 이와 반대의 사정으로 평범한 사람들은 너무나 사교적이고 순응적이다. 다시 말해 이런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참기보다 남을 참기가 더 쉽다.
각주17. 누구나 알다시피 재앙은 함께하면 견디기가 쉬워진다. 사람들은 무료함을 이러한 재앙의 하나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함께 모여 공동으로 무료함을 견디려고 하는 것이다. 삶에 대한 사랑이 기본적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불과하듯이 인간의 군서 본능도 기본적으로는 직접적인 본능이 아닌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에게 그런 본능이 있는 것은 사회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고독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어디서나 모든 것에 들러붙어 무차별적으로 무엇이든 항시 취할 준비가 되어 있는 천민 무리가 있다.
지적으로 뛰어난 사람은 고독으로 이중의 이점을 얻는다. 첫째는 자기 자신과 함께 한다는 이점이고, 둘째는 타인과 함께하지 않는다는 이점이다. 모든 교제에는 많은 강제와 고충, 위험이 따른다는 것을 감안할 때 두 번째 이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우리의 모든 불행은 혼자 있을 수 없다는 데서 생긴다"(『성격』)라고 라브뤼예르가 말했다. 사교성은 우리로 하여금 대다수가 도덕적으로 떨어지고 지적으로 우둔하거나 불합리한 사람과 접촉하게 하므로 위험하면서도 해로운 경향을 가진 것 중 하나다.
"음식을 절제하면 몸이 건강해지고, 사람과의 교제를 절제하면 마음의 평정을 얻을 수 있다"
무뢰한은 모두 가엾을 정도로 어울려 지내기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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