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행복론 - 삶의 지혜를 위한 아포리즘
제5장 훈화와 격언
1. 일반적인 것
1) 행복론은 그 명칭 자체가 미화하는 표현이고, '행복하게 산다'는 말은 '덜 불행하게', 즉 그럭저럭 견디며 산다는 의미일 뿐이라는 가르침으로 시작해야 한다. 물론 인생이란 향락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통을 이겨내고 처리하기 위한 것이다. (...)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가장 행복한 운명을 타고난 사람은 정신적으로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그다지 큰 고통을 겪지 않고 살아온 사람이지, 대단히 큰 기쁨이나 엄청난 쾌락을 맛본 사람이 아니다.
최고의 기쁨이나 향락으로 인생의 행복을 재려고 하는 자는 잘못된 잣대를 잡은 것이다. 향락이란 어디까지나 소극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 반면에 고통은 적극적으로 느껴진다.
어떻게든 고통이 없는 상태로 만들어 보려고 하는 대신 향락과 즐거움을 목표로 삼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하고 있따. 차라리 음울한 시선으로 이 세상을 일종의 지옥으로 간주하고 그곳에 불에 견디는 방을 하나 만들 생각을 하는 사람이 훨씬 덜 방황한다고 할 수 있다. 어리석은 자는 인생의 향락을 좇다가 결국 속은 것을 안다. 현자는 재앙을 피한다. 현재가 재앙을 피하지 못한다 해도 그것은 운명때문이지 어리석어서가 아니다. 하지만 재앙을 피하는 데 성공하는 한 그가 속은 것이 아니다. 그가 피한 재앙은 극히 현실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재앙을 지나치게 회피하고 향락을 불필요할 정도로 희생했다해도, 모든 향락은 환영과 같은 것이므로 사실 아무것도 잃은 것이 없는 셈이다. 향락을 놓쳤다고 탄식하는 것은 좀스럽고 가소로운 짓이다.
낙관주의의 영향으로 이 진리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은 많은 불행의 근원이다. 다시 말해 고뇌가 없는 동안에는 불안해하는 소망이 존재하지도 않는 행복의 환영을 눈앞에 그려 보이며, 우리를 미혹해 그 환영을 좇게 만든다. 우리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인 고통을 우리에게 끌어들인다. 그러고는 어영부영하다가 잃어버린 천국처럼 우리 뒤에 있는 고통이 없는 상태를 잃어버렸다고 탄식하며, 일어난 일을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해달라고 헛되이 소망한다.
고뇌를 피하는 쪽으로, (...) 생활 수칙을 정하면 이것이야말로 현실적인 목표다. 그러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적극적인 행복이라는 환영을 좇는 노력을 하지 않을수록 이 계획이더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더 좋은 것은 정말 좋은 것의 적이다"
너무 불행해지지 않으려면 너무 행복해지려는 요구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행복, 그것도 우리가 꿈꾸는 만큼의 행복을 얻으려는 역겨운 욕망이 세상의 모든 것을 망쳐 버린다.
매우 불행해지기는 쉽지만 매우 행복해지기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 아예 불가능(...)
우리의 모든 존재가 차라리 없는 것이 나으므로 그 존재를 부인하고 거부하는 것이 최고의 지혜임을 안 사람은 어떤 일이나 어떤 상태에도 큰 기대를 걸지 않을 것이다. 이 세상의 어떤 것도 얻고자 열렬히 애쓰지 않을 것이고, 어떤 일을 그르친다 해도 크게 탄식하지 않을 것이다. 그 대신 "인간의 일은 무엇이건 크게 애쓸 만한 가치가 없다."
사교 모임, 클럽, 살롱, 즉 흔히 상류 사회라 불리는 것도 알고 보면 빈약한 각본이나 기계 장치, 의상과 장식 때문에 조금 그럴 듯하게 보일뿐 아무 재미도 없는 시시한 오페라 같은 것이다.
2) 어떤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지 대충 알아보려면 그가 어떤 일에 즐거워하는지가 아니라 어떤 일에 슬퍼하는지 물어보아야 한다. 그 자체로 볼 때 사소한 일에 슬퍼할수록 더욱 행복하다고 할 수 있다. 별 탈 없이 잘 지내는 사람이라야 사소한 일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불행한 상태에 빠지면 그런 사소한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3) 그들은 세상에서 교훈은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행복은 얻을 수 없음을 깨달을 것이다. 그에 따라 희망을 버리고 깨달음을 얻는 데 익숙해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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