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방에 앉아 있었다. 엄마는 저녁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문득 조용하다 싶어 부엌에 갔다. 엄마는 멸치를 손질하고 있었다. 엄마는 통증환자이고, 요 며칠 특히 힘들어했다.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엄마의 앞에 앉아 멸치 손질을 시작했다. 불현듯 '멸치를 이렇게 다듬었던가?'하는 생각과 함께 손이 어색해졌다.
"엄마, 멸치 어떻게 다듬었더라? 이렇게 하는 거 맞나?"
하며 다듬던 멸치를 보여주려는 순간,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몰라! 너가 알아서, 너가 스스로 찾아서 해."
황당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도 몰랐고,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도 몰랐다. 손뿐만 아니라, 혀도, 입꼬리 근육도, 광대뼈도 어색해졌다. 화도 났다. 엄마는 한 자세로 일을 하면 통증을 크게 느끼니 빨리 끝낼 수 있도록 같이 멸치를 다듬으려던 것 뿐인데,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나 싶었다. 참고로, 엄마는 짓궂은 장난이나 농담 따위는 눈꼽만치도 할 줄도 그리고 받아줄 줄도 모르는 사람이다.
나는 이런 감정을 표현할 기운과 용기 모두 없었다. 눈물이 고였지만 순식간에 말라버렸다.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앉아 멸치 머리를 따고 똥을 발라냈다. 그 순간은 참, 뭐라 해야 할까,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