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7. 8. 14. 16:37

약을 잘 챙겨먹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가끔은 陰의 상태이다. 창밖을 응시하다, 어느 새 상가 옥상의 화단이 보이고 아스팔트 바닥과의 충돌을 상상하는 것이다. 코 끝과 광대 가죽에 스치는 바람이 사늘할 때 어쩌면 비상(飛上)할 지도, 어쩌면 바람처럼 비상(悲傷)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왼쪽으로 목을 돌려 일몰을 꼿꼿이 듣는다. 바람이 물러나는 때이다. 바로 그 때 눈을 감으면 고요를 볼 수 있다. 붉고 노란, 그리고 퍼스름한 흰 것이 흘러가는 걸 느끼다 까득해지는 머리에 힘을 준다. 들자, 고개를 들자, 너의 벌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고개를 들자. 형광펜을 들고 매일 볼 탁상 달력에 적는다. "No Quit on Yourself" 그러고도 풀리지 않는 의욕은 어찌할까. 나는 복수하고 있는가? 나는 후회하고 있는가? 나는 아플 자격이 있는가? 나는, 나는, 나는, 그리고 또 나는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나를, 나를, 나를, 그리고 또 나를 미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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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Русалк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