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번개가 칠 때마다 심장이 쥐어짜는 듯하다. 끊임없는 번쩍거림에 창문을 여니, 그제서야 비가 많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안다. 어쩐지 밖이 뿌옇더라니. 오랜만의 빗소리가 참 좋고, 더욱 슬퍼진 웅덩이엔 빗물이 고인다. 창문을 연 것만으로는 아쉬워 모기장도 걷어 올린다. 밖으로 두 손을 내밀고 있다가 이내 양팔까지 허공에 내어준다. 아니지, 비로 꽉 찬 공간이니 虛空이 아니지. 滿空엔 어차피 비밖에 보이질 않으니 웅덩이를 덮고 가죽으로 비를 본다. 가죽에 똑똑 떨어지는 물 덩어리들의 감촉이 마음에 든다. 이참에 다리들에도 방문해줬으면 싶다. 아, 이래서 비오는 날이면 미친년들이 옷을 벗고 뛰어다니는구나! 나라면 뛰기보단 눕기를 택할 거야. 문득 滿空에서 털 달린 두툼한 양팔이 나타나 나의 양팔을 붙잡고 아래로 잡아당길 것 같다. 아니면 칼을 들고 나타나 나의 양팔을 댕강 해버릴지도 모를 일이지. 젖은 가죽을 거두어 창틀에 턱을 괴고 엎드려 선다. 이대로 빗속에 녹아버릴 수만 있다면.
지난 화요일에는 신경정신과에 갔다. 첫 방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