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꿈2017. 6. 23. 16:30

늦은 밤이다. 어두운 하늘에서도 黑구름의 존재감은 여전하고, 공기에서는 습한 쥐가 보인다. 형광 연두색과 형광 분홍색 네온이 지직거리는 간판을 단 낡은 건물들이 있. 나는 그 건물들 사이의 도로를 걷는다. 천박하고 더러운 도시라고 생각한다.


흑인 남자가 칼로 어떤 남자죽인다. 그 흑인 남자는 피해자를 눕히고 그 위에 올라 앉아 칼을 쓴다. 아마도 목을 찌르는 것 같다. 주변의 다른 남자들은 그저 서 있을 뿐이다. 누구는 팔짱을 낀 자세로, 누구는 다리를 꼰 자세로, 누구는 벽에 기댄 자세로, 누구는 공중전화를 쓰며, 누구는 담배를 피며 서 있을 뿐이다. 그 중 한 명은 칼라에 양털이 달린 황토색 코듀로이 점퍼를 입고 있다.


그 흑인 남자는 나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든다. 나와 눈이 마주친다. 그 흑인 남자는 쓰던 칼을 들고 나를 쫓아온다. 나는 황급히 아무 건물로 들어간다. 철창 엘리베이터를 탄다. 이 층 저 층 아무 층 버튼을 마구 누른다. 엘리베이터는 이 층에서도 서고 저 층에서도 서고 아무 층에서도 선다. 혹시나 아무 층에서 문이 열린 순간 그 흑인 남자와 마주하게 될 것만 같아 미칠 것 같다.


그러다 어느 층에서 문이 열리는데, 이 건물에서 저 건물로 이어지는 구름다리가 보인다. 구름다리를 헐레벌떡 건너고 나니, 상아색 대리석과 노란색 조명으로 장식된 건물 속이다. 안전한 곳처럼 보이지만 사람이 없다. 그 흑인 남자가 아직 날 찾고 있을테니 나는 계속 뛰는 수밖에 없다. 돌아갈 길을 잊는 것이 걱정되지만 더 멀리, 더더 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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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Русалк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