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2016. 10. 17. 15:11

제15장 권력의 에로스화



- 신체화된 생활습관

(…) 남자가 여자를 '지킨다'고 말할 때, '지켜야 할' 외적이란 종종 자신보다 더 많은 힘을 가질 가능성이 있는 다른 남성을 가리킨다. '소유'를 다른 말로 표현했을 뿐인 '지킴'이라는 말이 '사랑'의 대명사가 되는 것이 '권력의 에로스화'이다. 야유하는 것이 아니다. 청년 황태자가 이 말을 성실한 사랑의 표현으로 사용했다는 것에는 거짓이 없을 테지만, 남성의 사랑이 소유와 지배의 형식밖에 취할 수 없음을 이 개념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반대로 여성의 사랑이 종속이나 피소유 형식을 취하는 경우도 있다. '평생 당신을 따르겠어요' '죽을 때까지 나를 놓지 말아줘' 같은 표현이 그 상징적인 예이다. 그리고 여자들은 사랑을 '바지런하게 일상 신변 뒤치다꺼리를 한다'라는 대단히 근대 가족적인 돌봄 역할의 형식 말고는 표현할 회로를 가지고 있지 않다. 좋아하게 되자마자 하숙방에 찾아가 밀린 청소나 빨래를 하거나 도시락을 만들어 오는 여자의 행동은 주부가 하층 중산 계급의 무상 가사 노동자로 전락한 이후의 역사적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귀족이나 부르주아 자제라면 여자가 도시락을 만들어오는 순간 '하녀로는 적합하지만 아내로서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에로스같이 불가시적이고 부정형적인 것의 문화적 표현 회로는 역사적 맥락에 의존한다. '권력의 에로스화'라고 하는 개념은 일견 무시무시한 것처럼 보이나 상술한 것처럼 일상적 관계에 적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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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Русалк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