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6. 9. 5. 23:43

약 1~2주 간 엄마의 휴대전화를 바꿔 주기 위해 노력했다. 쓰고 보니 노력이라 하기엔 뭣하다. 아무튼 바꿔 주려고 매일 몇 시간씩 여기저기를 뒤졌다. 워낙 까다로우신 분이라 조건이 하나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휴대전화를 바꾸지 않을 기세였기에, 꽤나 신경을 썼다. 밤 늦게 뜬 조건이 다음날 아침엔 없을까봐 잠을 뒤척이기도 했다. 엄마의 휴대전화는 오래된 기종이라 속도, 용량, 배터리 어느 하나 멀쩡한 것이 없었다. 그것이 늘 마음에 걸려, 엄마의 마음에 들만한 것을 찾고 또 찾았다.


우여곡절 끝에 휴대전화를 받은 날 저녁, 동생이 나에게 스치듯 이야기했다.

"엄마 거 좋더라. 나도 그걸로 바꾸고 싶다."


다음날, 나는 엄마에게 스치듯 이야기했다.

"**이가 엄마 거 좋다고, 자기도 갖고 싶다고 하더라."

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럼 이거 **이 줄까?"

"......... 아, 됐어! 엄마 써!"


화가 나고 서러웠다.

엄마는 내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바꿔 주기 위해 어떻게 했는지를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엄마, 이건 조건이 이러이러하네. 괜찮은 편인데 바꿀래?"를 수도 없이 물었으니까. 그런데도 엄마가 단 1초의 고민도 없이 그 말을 하니, 나는 나의 작은 성의 모두를 무시 당했다고 느꼈다. 엄마가 새 휴대전화를 받은 날, 내 일처럼 기뻐했던 내가 불쌍했다. 엄마가 사용하기 편하도록, 쓰던 어플을 그대로 설치하고, 전화번호부를 하나하나 입력하고, 홈 화면/잠금화면/벨소리/알람을 설정하고, 달라진 사용방법을 설명한 내가 바보 같았다.

게다가 동생은 몇 년 간 자리를 비울 예정이라 휴대전화가 필요 없었고, 그나마 갖고 있던 휴대전화 약정도 끝나지 않았다. 반면 나의 휴대전화는 약정 끝난지 1년도 더 넘었고, 가족 것 중 가장 구형이었다. 그러나 엄마에겐 그저 동생의 갖고 싶다는 말 한 마디밖에 없었다.


엄마, 아빠, 동생 셋이서 행복할 가정인데, 내가 눈치 없는 불청객처럼 끼어든걸까?

나는 이 집에서 뭘까? 그저 잡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사람인걸까?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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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Русалк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