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2017. 9. 10. 09:34

차라투스트라의 머리말


2.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저 늙은 성자는 자신의 숲속에 파묻혀 신이 죽었다는 소문을 아직 듣지 못했나보다!"


3.

진정, 사람은 더러운 강물이렷다. 더럽히지 않고 더러운 강물을 모두 받아들이려면 사람은 먼저 바다가 되어야 하리라.




차라투스트라의 가르침


덕의 강좌들에 대하여


(...) 잠을 잔다는 것은 하잘것없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을 위해서 하루종일 눈을 뜨고 있어야 하니 말이다.

낮 동안 너는 열 번 너 자신을 극복해야 한다. 그것은 적당한 피로를 가져온다. 영혼에게는 그것이 양귀비다.

너는 열 번 너 자신과 거듭 화해해야 한다. 극복이란 것은 쓰디쓴 것이고, 자기 자신과 화해하지 못한 자는 단잠을 이룰 수가 없으니.

낮 동안 너는 열 개의 진리를 찾아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밤이 되어서도 진리를 찾아 나서게 되며, 너의 영혼은 허기에 시달리게 될 터이니.

낮에 너는 열 번 웃어야 하며 열 번 유쾌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밤에 비애의 아버지인 위장이 너를 괴롭힐 터이니.

단잠을 이루기 위해 사람들은 온갖 덕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적다. 내가 거짓 증언이라도 하게 된다면? 간음이라도 하게 된다면?

이웃의 하녀에게 음욕을 품게 되기라도 한다면? 이러한 짓거리들은 모두 단잠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



배후 세계를 신봉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 아, 형제들이여, 내가 지어낸 이 신은 신이 모두 그리하듯이 사람이 만들어낸 작품이자 광기였다!

그는 사람이었고, 사람과 자아의 빈약한 일부분이었을 뿐이다. 이 유령이 그 자신의 재와 불길로부터 내게 온 것이지, 진정! 저편의 세계에서 온 것은 아니었다!

형제들이여, 무슨 일이 일어났는 줄 아는가? 나 고뇌하고 있는 나 자신을 극복한 것이다. 나 나 자신의 재를 산으로 날랐으며, 한층 밝은 불꽃을 만들어내었던 것이다. 보라! 그러자 저 유령이 내게서 달아나지 않던가!

저와 같은 유령을 믿는 것, 그것은 이제 병에서 건강을 되찾고 있는 내게는 고뇌가 되고 번민이 되리라. 이제 그것은 내게 고뇌가 되고 굴욕이 되리라. 배후 세계를 신봉하는 자들에게 나 이렇게 말하는 바이다.

배후 세계라는 것을 꾸며낸 것은 고뇌와 무능력, 그리고 더없이 극심하게 고뇌하는 자만이 경험하는 행복에 대한 저 덧없는 망상이었다.

단 한 번의 도약, 죽음의 도약으로 끝을 내려는 피로감, 그 어떤 것도 더 이상 바라지 못하는 저 가련하고 무지한 피로감. 그와 같은 것이 온갖 신과 배후 세계라는 것을 꾸며낸 것이다. (...)



죽음의 설교자들에 대하여


죽음을 설교하는 자들이 있다. 이 대지는 생에 작별을 고하고 떠나야 한다는 설교를 들어 마땅한 자들로 가득 차 있고.

이 대지는 존재할 가치가 없는 자들로 가득 차 있고, 생은 많은-너무나도-많은 자들로 인해 썩어 있다. 누군가가 "영원한 생명"이라는 것을 미끼로 저들을 꼬드겨 생에 등을 돌리도록 해준다면 좋으련만! (...)

이들 끔찍한 자들은 아직 인간이 되지도 못했다. 그런 저들이 생과의 결별을 설교하고 제 발로 생에 등을 져준다면 얼마나 좋으랴!

영혼이 결핵에 걸려 있는 자들이 있다. 그런 자들은 태어나자마자 죽기 시작하며, 피로와 단념에 대한 가르침을 동경하게 된다.

그런 자들은 차라리 죽어 있기를 원하는바 우리는 저들의 소망을 반겨야 할 것이다! 이 죽어 있는 자들을 깨우는 일이 없도록, 그리고 이들 살아 있는 관들에 흠집을 내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자! (...)

"생은 고뇌일 뿐이다." 이렇게 말하는 자들도 있는데, 거짓말이 아니다. 그렇다면 너희도 이제 끝을 내도록 하라! 한낱 고난일 뿐인 생을 끝내도록 하라!

"너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한다! 이 생으로부터 소리 없이 떠나가야 한다." 이것이 너희 덕의 가르침이기를. (...)

곳곳에 죽음을 설교하는 자들의 음성이 울려퍼지고 있다. 이 대지는 죽음의 설교를 들어야 마땅한 자들로 가득 차 있고.

아니면 "영원한 생명"에 대한 설교를 들어 마땅한 자들로. 아무래도 좋다. 그런 자들이 서둘러 떠나 사라져주기만 한다면야! (...)



아이와 혼인에 대하여


(...) 너는 젊다. 그리하여 아이와 혼인을 원한다. 그러나 묻노니, 너 아이를 원할 자격이 있는 인간인가?

너는 무훈에 빛나는 자, 자신을 제압한 자, 관능의 지배자, 네 자신의 덕의 주인인가? 나 네게 묻노라.

그것이 아니라면 네 안에 짐승이 있고 절박한 요구라는 것이 있어 그같은 소망을 갖도록 하는 것인가? 아니면 외로움 때문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너 자신과의 불화 때문인가? (...)

혼인. 나는 당사자들보다 더 뛰어난 사람 하나를 산출하려는 두 사람의 의지를 그렇게 부른다. 그와 같은 의지를 의욕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것으로서 서로를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나 혼인이라고 부르는 바이다.

이것이 네가 하는 혼인의 의미가 되고 진실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면 많은-너무나도-많은 자들, 존재할 가치가 없는 자들이 혼인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 아, 그것을 나 어떻게 부를까?

아, 두 영혼의 구차함이여! 아, 두 영혼의 더러움이여! 아, 두 영혼의 이 가엾은 자기만족이여!

이런 것 모두를 저들은 혼인이라고 부른다. 그러고는 말한다. 저들의 혼인은 하늘에서 맺어진 것이라고.

좋다, 나는 하늘을, 저 존재할 가치가 없는 자들이 떠벌리고 있는 이 하늘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나는 천상의 그물에 걸려든 이들 짐승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기가 맺어준 것이 아닌데도 축복을 하겠다고 절름거리며 다가오는 신 또한 먼 곳에 물러나 있기를 바란다! (...)



자유로운 죽음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은 너무 늦게야 죽고, 더러는 너무 일찍 죽는다. "제때에 죽도록 하라!"는 가르침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아직은 낯설게 들린다.

"제때에 죽도록 하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가르치노라.

"하긴, 결코 제때에 살지 못하는 자가 어떻게 제때에 죽을 수가 있겠는가? 차라리 그런 자는 태어나지 않았어야 했다!" 나 존재할 가치가 없는 자들에게 이렇게 충고하는 바이다.

그러나 존재할 가치가 없는 자들조차 자신들의 죽음만은 대단하게 받아들인다. 더없이 속이 텅 빈 호두조차 제대로 깨뜨려지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

나 너희에게 내 방식의 죽음을 기리는 바이다. 내가 원하여 찾아오는 자유로운 죽음 말이다.

그렇다면 어느 시점에 나 원하게 될 것인가? 목표를 갖고 있고 뒤따를 상속자를 두고 있는 자는 바로 그 목표와 상속자를 위해 제때에 죽기를 원한다. (...)

Posted by Русалк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