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7. 3. 27. 23:16

최근 몇 년간 미세먼지가 급격히 증가했다. 몇몇 대교들, 건너편 아파트 단지, 대형 경기장 등이 미세먼지 속으로 사라져버리는 날이 부지기수다. 그걸 매일 보고 살면, 미세먼지 노이로제에 안 걸리려라 안 걸릴 수가 없다.

한겨울, 따뜻한 방이 갑갑하다고 느껴질 때쯤이면 창문을 연다. 그 때 들어오는 쌀쌀한 공기의 감촉과 냄새를 좋아한다. 소소한 상쾌함이다. 한여름, 초록 잔디와 초록 나무로 뒤덮인 공원을 걷다가 그늘에 눕는다. 매미 울음을 들으며 파란 하늘을 멍하니 본다. 개운한 뜨거움이다.

이제 이 작디작은 즐거움을 누리는 날은 매우 적디적다. 창문을 여는 것도, 산책을 나가는 것도 지역별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한 뒤에야 가능한 일이다.

봄이랍시고 방진마스크를 하고 나가봐도, 미세먼지띠에 갇혀 텁텁하고 매캐해진 따뜻함만이 왔을 뿐이다. 괜히 나갔다고 툴툴거리며 다시 양치와 세수를 하고, 손과 발을 닦는다. 인공눈물로 눈도 닦고, 면봉으로 귓속과 콧속도 닦는다. 머리 빗질도 한다. 그러고도 짜증이 안 풀린다. 고로고로로 이불 먼지를 떼고, 진공청소기 혹은 3M 정전기청소포로 바닥의 먼지를 훔치고, 분무질을 허공에 마구 하고, 물걸레로 바닥을 닦는다. 매일, 길어야 이틀마다 하는 청소인데도 걸레는 새까맣다.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 봄에만 잠깐 오는 황사 걱정하던 때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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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Русалк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