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2017. 11. 24. 22:45

제1부 행복론 - 삶의 지혜를 위한 아포리즘


제1장 기본 분류


각자 살아가는 세계는 무엇보다 그의 세계관에 의해 좌우되므로 생각의 차이에 따라 달라진다. 이러한 차이에 따라 세계는 빈약하고 진부하거나 하찮은 것이 되기도 하고, 풍요롭고 재미있거나 의미심장한 것이 되기도 한다. 예컨대 몇몇 사람은 다른 사람이 살면서 겪은 재미있는 사건을 부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그런 자는 오히려 그런 사건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묘사할 줄 아는 다른 사람의 이해력을 부러워하는 게 좋을 것이다. 같은 사건이라도 재기 있는 사람은 너무나 재미있게 표현하는 반면, 평범한 두뇌의 소유자에게는 일상생활의 진부한 장면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 생활의 체험을 토대로 지은 것이 분명한 괴테와 바이런의 여러 시에서 그런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어리석은 독자는 그런 시를 읽고 시인의 매력적인 체험을 부러워할 뿐, 평범한 사건을 그토록 멋지고 위대한 시로 만들어 낸 왕성한 상상력은 부러워하지 않는다.


누구나 자신의 피부 속에 들어있는 것처럼 자신의 의식 속에 들어 있어, 자신의 의식 속에만 갇혀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외부에서 그를 도와줄 길이 별로 없다.


현재와 현실의 객관적인 측면은 운명의 수중에 있으므로 변하는 반면, 주관적인 측면은 우리 자신이므로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는다.


자신의 개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면이 풍요로우면 운명에 많은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바보는 끝까지 바보로 있고, 멍청이는 끝까지 멍청이로 있는다.


우리의 행복과 향유에는 주관적인 것이 객관적인 것보다 비할 데 없이 중요하다.


어떤 인간 자신을 이루는 것, 홀로 있을 때에도 그를 따라다니는 것, 아무도 그에게 주거나 빼앗을 수 없는 것이야말로 그가 소유할 수 있는 모든 것이나 남의 시선에 비친 그의 모습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행복에서 우리를 이루는 것, 즉 인격이 두말할 필요 없이 가장 중요하다. 인격은 어떤 상황에서도 한결같이 효력을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인격은 다른 두 가지 범주의 자산과 달리 운명에 종속되지 않으므로, 우리에게서 그것을 빼앗아 갈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다른 두 가지 범주가 단순히 상대적인 가치를 지닌 것과 달리 인격의 가치는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실에서 미루어 볼 때 인간이 외부의 영향을 받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주어진 개성을 최대한 유리하게 이용하는 것뿐이다. 따라서 인격에 부합하는 일에만 노력을 경주하고, 개성에 맞는 종류의 도야에 힘쓰며, 다른 모든 것은 피하고, 개성에 적합한 신분이며, 일, 생활 방식을 골라야 한다.

Posted by Русалк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