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물
Русалка
2017. 3. 24. 01:10
세월호 참사 이후 나에게는 새로운 현상(?)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찬 물에서 수영을 할 때, 차디찬 바다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갔을 아이들이 떠오르며 숨이 막히는 현상이다. 그럴 때면 나는 미치도록 숨이 쉬고 싶어 물 밖으로 나간다. 그리곤 가쁘게 공기를 들이마시며 생각한다. '아, 그 아이들에게도 얼마나 이 숨이 필요했을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고 나면 수영 할 때 코 끝에 닿는 물보라마저 싫어진다. 참사와 직접적 연관성이 전혀 없는 나에게 찾아오는 이 느낌은 '오버(over)'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 후 무엇이 변했나. 참사 이후 배를 몇 차례 타봤지만, 탑승자 명부 작성은 여전히 소홀했고 구명조끼를 입는 사람도 여전히 드물었다. '오버(over)'의 정당성을 찾은 것만 같았다.
나는 여전히 수영을 한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숨이 막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