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노 치즈코,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2)
제9장 어머니와 딸의 여성 혐오
- 어머니가 치르는 대가
(…) 어머니는 자신이 지불한 대가를 아이가 대신 갚아주기를 소망한다. 아들의 경우 이야기는 간단하다. 출세하여 아버지의 횡포로부터 어머니를 구출하고 어머니에게 충성과 효도를 다 할 것. '엄마 말 잘 듣는' 아들이 집안을 물려받게 한 다음 가부장의 어머니, 즉 황태후 지위에 오르는 것이 가부장제 속 어머니의 최종 목표이자 보수가 된다.
딸의 경우는? 시집 가 '다른 집 사람'이 될 딸에게 하는 투자는 길바닥에 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딸에게 한 투자는 회수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이전 시대까지의 상식이었다. 그러나 요즘 시대 딸은 어머니의 '평생 소유물'이다. 딸이 시집을 갔다고 해서 친정 부모의 수발 의무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친정 부모 역시 기왕이면 딸이 수발을 들어주길 바란다. (…)
딸도 아들처럼 어머니의 기대에 답하지 않으면 안 되지만 동시에 딸로서의 기대에도 답하지 않으면 안된다. 여성의 선택지가 늘어난 시대란 '딸로서' 그리고 '아들로서'의 기대 모두에 답해야 하는 시대, 딸이 짊어져야 할 짐의 무게가 늘어난 시대를 뜻한다. 딸과 아들을 모두 가지고 있는 어머니의 경우, 어머니는 아들에게 더 많은 애정과 투자를 붓는다. 이 경우 딸에게 부여되는 역할은 더 복잡해진다. 딸은 어머니의 기대에 답해 우등생이 되어야 하지만 어머니가 딸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아들의 지위를 위협하지는 않을 정도로, 즉 자신의 성적이 오빠나 남동생을 웃돌지 않도록 배려해야만 하는 것이다. '여자로서 남자 아이들에게 필적할만한 성적을 올리되 결코 오빠를 압도해서는 안 된다' - 오구라 치카코의 ≪나이트메어≫(2007)는 이러한 딸의 고통을 그린 책이다.
- 어머니는 딸의 행복을 기뻐하는가
(…) 어머니들 역시 두 가치 모두를 딸에게 기대하게 되었다. 갓 결혼한 커리어우먼 딸에게 "애 낳으면 내가 돌보아 줄 테니까 걱정 마라"며 미리부터 '자세를 잡는' 어머니들도 있다.
딸은 이러한 어머니를 감사하게 생각할까?
이런 어머니는 딸에게 '너를 평생 손에 쥐고 놓지 않을 테다'며 눈을 부릅뜨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 (…) 딸이 어머니의 기대를 억압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무리가 아닌데, 어머니는 그걸 '애정'이니 '자기 희생'이니 하고 밀어붙이니 악질도 이런 악질이 없다. (…)
''다 너를 위해서야'를 반복하는 어머니에게 모든 힘을 짜내어 대항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가서 어머니의 입에서 '그래 사실은 나 자신을 위해서였어'라는 대답을 받아냈다.' (…)
어머니의 야심은 딸이 '스스로 획득한 가치'를 달성하는 것만으로는 만족되지 않는다. '타인(남성)에 의해 부여된 가치'도 얻지 않으면 어머니의 기획은 완성되지 않는다. (…) 그래서 어머니는 이러한 가치를 얻지 못한 딸을 평생 동안 반편이 취급하는 것이 가능하다. 딸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할지라도, 그리고 그런 어머니의 태도는 역설적으로 딸이 아직 자신의 영토 안에 머물고 있음을 재확인하기 위한 것이 되기도 한다.
- 모녀의 화해
(…) 그리고 다른 어머니들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어머니도 잘난 딸보다는 허약한 아들을 더 애지중지했다. (…) 오빠가 죽었을 때 엄마는 오빠 대신 차라리 내가 죽었으면 하고 바랐던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버릴 수 없었던 사노는 끝내 어머니를 좋아할 수 없었고 그리고 어머니를 증오하는 스스로를 줄곧 책망해왔다.
아버지를 미워하는 아들은 스스로를 탓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부자 관계와 모녀 관계의 결정적인 차이가 아닐까. 어머니를 미워하는 것은 용서되지 않는다. 그 어떤 경우에도. 어머니를 미워하는 것만으로도 딸은 자신의 비인간적인 심성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왜냐하면 어머니는 억압자인 동시에 희생자이기 때문이다. (…)